인플레이션의 3가지 발생 원인과 향후 가능성 점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더불어, 최근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미국 의회 상, 하원을 동시에 장악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실현되면서 앞으로도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백신 효과로 경제가 정상화로 돌아선다면 이연 소비가 폭발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번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도 충분히 많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 되는 신호는 무엇이 있을까요? 인플레이션 의 3가지 원인과 2021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1980년 이후 디스인플레이션의 시대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입니다. 즉,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한다고 해도 지속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및 10년물 국채 금리, 단위 : %>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위의 차트를 보시면 물가는 1980년에 절정에 도달했습니다. 그 이후, 40년간 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낮아져 왔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거나 안정되는 현상을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1980년 이후 왜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었을까요? 우선, 인플레이션이 어떠한 요인으로 나타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입니다. 실물경기 개선으로 인한 총수요(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확장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급격한 통화량 증가(화폐 증발)를 통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말에 ‘제2차 석유파동’ 사건이 발생해 소비자 물가 지수가 급등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기대인플레이션(BEI)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시장참여자들의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주관적인 전망’을 의미합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의 임금 협상, 물건 가격,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경제주체의 소비를 앞당겨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고, 향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2가지 원인은 마이너스 GDP 갭과 통화승수 하락입니다.

 

① 마이너스 GDP 갭(Gap)

GDP 갭은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빼면 산출할 수 있습니다. 잠재 GDP란 한 나라 경제가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완전히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능력을 의미합니다.

GDP 갭 = 실질 GDP – 잠재 GDP

GDP 갭이 양(+)이면, 경제활동이 정상수준을 넘어서 과도한 수준으로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경제에 초과수요가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GDP 갭이 음(-)이면, 총수요가 총공급을 하회하면서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미국 GDP 갭, 단위 : %>

GDP갭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위의 지표를 보시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 GDP가 잠재 GDP를 꾸준히 하회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즉, 미국 경제는 오랫동안 잠재 GDP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경제에 총수요가 부족하고,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총수요 < 총공급).

 

② 통화승수 하락

또 다른 원인은 통화승수가 계속해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통화승수란 중앙은행이 처음 발행한 본원통화 한 단위가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실물경제에 돈이 도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많은 분들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이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즉, 돈이 풀린다면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프리드먼의 주장과 달리, 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많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글로벌 경제가 통화정책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저금리 정책은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경제주체의 화폐보유 성향이 무한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저금리 기조에서 소비나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막대한 자금이 현금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한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자금은 실물 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의 장기국채를 매입하여 금융기관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입니다.

결국, 통화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은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통화승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통화승수, 단위 : 배>

통화승수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미국의 통화승수는 2006년 기준 약 10배입니다. 2020년은 약 4배입니다. 즉, 연준이 2020년에 화폐 발행을 통해 2006년과 똑같은 경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약 2.5배 만큼 돈을 더 풀어야 합니다.

2020년 3월~5월에 연준이 양적완화로 푼 돈은 약 3조 달러입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진행한 1, 2, 3차 양적완화 규모와 맞먹습니다. 연준이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돈을 푼 이유는 화폐승수가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저금리 정책, 양적완화 정책)으로 통화승수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은 지난 40년간 증명되었습니다(디스인플레이션 시대)따라서, 재정정책으로 실물경제에 직접 돈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GDP 갭을 (+)로 전환하고, 화폐승수를 높일 수 있을까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조건 ① – 가계의 ‘영구적인’ 소득 증가

경제학에 ‘항상소득가설’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고안한 소비 이론입니다. 항상소득가설에 따르면, 가계의 ‘확실하고 정기적인’ 소득 증가가 유의미한 소비 증가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미국 정부는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와 실업수당으로 가계의 소득을 보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소득보전 정책이었습니다.

정부에서 받은 자금이 항상소득이라고 간주하지 않은 가계들은 저축을 크게 늘렸습니다. 미국 가계 저축률은 최고 34%까지 상승했습니다.

8월부터 미국 의회에서 소득 보전과 관련된 법안 통과에 잡음이 있었고, 이후부터 가계의 소득보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가계의 저축률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계 저축률은 약 13%로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미국 가계 저축률, 단위 : %>

가계저축률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백신 효과로 경제가 정상화된다면,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저축률이 급감하고 가계 소비가 크게 상승할 수 있을까요? 항상소득가설에 의하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소득보전이 된다고 해도, 이를 항상소득으로 간주하지 않은 가계들이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만약 미국에서 백신효과로 이연소비가 크게 증가한다고 해도 이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일뿐,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연준은 ‘평균물가목표제(AIT, Average Inflation Target)’를 도입하여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상회한다고 해도 즉시 긴축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일시적인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조건 ② – 부의 재분배

결국,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위해선 경제정책의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저소득층의 ‘항상 소득’을 늘려줄 수 있는 재정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계소비성향(소득이 1단위 증가할 때 소비가 증가하는 양)이라는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소득층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하루에 소비하는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저소득층은 소득이 작기 때문에 소득에서 소비의 비중이 높습니다).

미국의 소득격차 문제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악화되어 왔습니다. 이는 미국 가계의 총소득에서 중산층의 소득 비중이 점점 하락해 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 전체의 한계소비성향을 하락시키는 기제로 작동했습니다.

 

<미국 상위 10%, 하위 50%의 소득 비중>

소득비중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바이든 정부는 ‘중산층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심 공약은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소득 보전과 고소득층 증세입니다. 즉,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 및 중산층으로 부를 재분배하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미국의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경제정책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간의 항상소득을 개선하는 ‘기본소득제’ 정책이나 완전고용을 보장하는 ‘MMT(Modern Monetary Theory)’ 정책이 부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항상소득 증가를 경험한 미국의 중산층이 소비를 늘린다면,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나머지 발생 원인인 비용인상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관련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투자 시나리오가 궁금하다면?👇

불릴레오 앱 바로가기 >

 

 

Written by

Logan (최성원)
두물머리 Quantamental Research 팀 | 필진 글 더보기 >

거시(매크로) 경제 분석을 주로 다룹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