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vs 2020년 FED 미국 양적완화의 차이와 향후 유동성 방향

-미국 양적완화. 2020년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에 충격이 발생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연준’)는 2020년 3월부터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금융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렇게 풀린 유동성은 자산 가격의 빠른 회복을 이끌었습니다.

2021년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데 있어서도 미국 양적완화, 연준의 유동성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양적완화 에 의한 유동성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미 경험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2008년의 유동성과 지금의 유동성은 그 경로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008년과 2020년 미국 양적완화 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2020년에 풀린 유동성의 특징이 무엇인지, 2021년 미국 양적완화로 유동성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지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1. 2008년 미국 양적완화 의 특징

 

[차트 1] 미국 상업은행 현금 보유량 및 국채 보유량 (단위 : Million of dollars)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상업은행들은 현금을 별로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 시중은행의 총자산 대비 현금은 약 3%, 국채는 10%였습니다.

이에 연준은 3번에 걸친 양적완화 와 각종 부실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해 상업은행에 현금을 직접 지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금융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왜 금융규제를 강화했을까요? 미국 양적완화 로 풀린 막대한 돈이 상업은행을 통해 시중에 방만하게 풀리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막대한 유동성으로 달러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금융규제는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규제와 대출 기준 강화입니다. 이를 알 수 있는 지표는 BIS 자기자본 비율과 대출 기준 강화 순비율입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란 위험가중자산(부동산, 주식, 채권 등) 대비 자기자본이 8% 이상을 넘어야 한다는 금융규제입니다. 즉, 이 기준이 적용되는 상업은행은 보유한 위험자산에 대하여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 위험가중치 : 중앙정부/중앙은행 0%, 국내 공공기관 10%, 은행 20%, 주택담보대출 50%, 그 밖에 나머지는 100%를 적용

 

대출 기준 강화 순비율이란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받고 있는 미국 상업은행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2020년 12월 28일 기준 미국 상업은행 대출 기준 강화 순비율은 약 40%입니다(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80%가 넘었습니다). 

 

[차트 2] 미국 상업은행 대출 기준 강화 순비율 (단위 : %)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그러나 이러한 금융규제는 연준이 지급한 현금이 시중은행에 다시 고이거나, 절반 이상이 초과지급준비금의 형태로 연준에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 발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연준이 뿌린 돈이 실물경제에 충분히 흘러 들어가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차트 3] 연준 자산 및 상업은행 초과지급준비금 (단위 : Million of dollars)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부연설명) 초과지급준비금과 초과지급준비금리란?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당좌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법적으로 중앙은행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예치해야 합니다. 이는 예금자들이 언제 예금을 돌려 받으려고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예금자들이 예금 인출 요청시 그 돈을 지급하기 위해 준비해두는 자금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정지급준비금을 초과한 금액을 초과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초과지급준비금 또한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당좌계좌에 예치되어 있습니다. 연준은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합니다. 이 이자를 초과지급준비금리(IOER, Interest On Excess Reserve)이라고 합니다.

연준은 2008년 미국 양적완화 를 시행함과 동시에 초과지급준비금리를 도입했습니다. 미국 양적완화 로 풀린 막대한 돈이 시중은행에 전달될 때, 이 돈이 과도하게 시중에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양적완화 로 전달된 자금은 거의 대부분 중앙은행에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2008년 부터 시작한 미국 양적완화 를 ‘헬리콥터 머니’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돈은 지난 10년간 실물경제에 충분히 흘러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는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승수의 지속적인 하락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통화승수란 쉽게 말해, 실물경제에서 돈이 도는 속도를 말합니다.

 

[차트 4] 미국 화폐승수 (단위 : 배)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부연설명) 통화승수란?

중앙은행이 처음 공급하는 화폐를 본원통화라고 합니다. 이러한 본원통화를 받은 상업은행은 신용창출과정을 통해 수 배에 달하는 통화를 시중에 유통하게 됩니다. 통화승수란 본원통화 한 단위가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입니다.

2008년에 미국의 통화승수는 약 11배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미국의 통화승수는 약 4배입니다. 즉, 연준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여 2008년과 똑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선 2008년에 공급한 통화량보다 3배가 넘는 통화량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연준은 2020년 3월~4월 동안 약 3조 달러를 양적완화를 통해 공급했습니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진행되었던 3차례 양적완화 규모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2. 2020년 미국 양적완화의 특징

2020년 시중은행의 자산 상황은 어떠할까요? 총자산 대비 현금은 약 13%, 국채는 21%입니다(차트1 참고). 즉, 대형은행의 자기자본은 지난 금융위기 때와 비교할 때 매우 건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최근 연준은 대형은행의 자사주 매입을 허용한바 있습니다).

2020년 3월에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로 은행들에게 유동성을 지급해 총자산 대비 현금이 약 6% 이상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 자금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의 자산 증가와 초과지급준비금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차트 3 참고)

(연준은 3월~4월에 시중은행에 대한 금융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6월 말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금융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연준이 뿌린 돈이 많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중에 연준이 뿌린 만큼 돈이 풀리지는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2008년과 달리, 연준이 양적완화로 공급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미국 재무부 현금 잔고(TGA, Treasury General Account)에 들어갔습니다. TGA는 연방정부가 연준에 개설한 계좌입니다.

[차트 5] 미국 재무부 현금 잔고 (단위 : Million of dollars)

출처 : Bloomberg, 두물머리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지난 2008년의 미국 양적완화 유동성은 주로 금융권에 흘러간 반면, 2020년의 미국 양적완화 유동성은 재무부에 상당 부분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재무부의 돈은 가계로 전달되었고, 이는 가계의 순자산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가계의 순자산은 예금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미국 정부는 코로나 위기 이후 실업 수당 및 소득 보전 정책을 시행 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난 3~4월에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여 약 3조 달러 규모의 현금을 살포했지만, 이 돈의 상당 부분은 TGA에 여전히 그대로 보관되어 있습니다(연준의 3조 달러 양적완화 규모 중 약 1.4조가 TGA에 공급되었습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돈들이 시중에 풀려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재무부의 계좌에서 풀려나간 돈은 실물경제의 총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현상도 이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실물경제에 돈이 더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해 있습니다.

 


 

3. 2020년 이후 미국 양적완화의 역할

연준은 국채 매입을 통해 정부의 현금 계좌를 채워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직접 돈을 쓸 수는 없습니다. 연준이 코로나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가계에게 직접 돈을 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정부의 역할입니다.

지난 2008년에는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을 하고자 하는 기조가 강했습니다. 과거 FRB 의장이었던 버냉키는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려 자산가격을 부양시키고자 했습니다.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그러나 버냉키가 생각했던 것만큼 부의 효과는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물경제 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작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자산가격은 계속 상승하면서 실물경제와 괴리를 보였습니다(지금도 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적완화를 주축으로 하는 통화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경제학계에서는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데 있어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꾸준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코로나19 위기는 실물경제의 위기입니다. 연준의 통화정책만으로 실물경제를 부양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드렸듯이, 통화정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 주체에게 직접 돈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연준 위원들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수업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연준의 모습과 비교할 때, 매우 드문 모습입니다.

결국, 향후에도 연준은 정부의 계좌를 채워주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만약 정부의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구축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연준은 양적완화를 통해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 입니다.

만약 미국 국채시장에서 이상 징후(가령, 국채 금리가 급등)가 보인다면, 연준은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고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연준 대차대조표상에서 자산 규모는 변화시키지 않고, 단기 국채를 장기 국채로 바꾸는 정책) 또는 YCC(Yield Curve Control,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및 매수를 통해 장기 국채 금리를 일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운영) 정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말씀드린 정책의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결국, 시장참여자들이 향후 지켜봐야 할 것은 연준이 재무부의 재정 활동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연준이 미국 국채 금리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시장에 큰 변동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차트 6]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단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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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두물머리 Quantamental Research 팀 | 필진 글 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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